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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12, 2020

특급호텔 주방에서만 34년… 요리분야 '대한민국명장'된 남대현 롯데 시그니엘 총주방장 - 조선비즈

berseterulah.blogspot.com
입력 2020.09.13 08:00

34년간 롯데호텔 주방 외길… 2018년 시그니엘 서울 총주방장으로
직원간 소통·수평적 문화 강조… "요리사가 즐거워야 음식도 맛있다"

"음식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라고 생각해요. 처음 만난 사람과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는 건 맛있는 음식이죠. 덕분에 중요한 비즈니스가 성사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총주방장은 음식이 손님 상에 나가기 전까지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책임을 다 해야 합니다."

롯데 시그니엘 서울의 남대현 총괄 총주방장은 올해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됐다. 대한민국 명장은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15년 이상 산업현장 종사자 중 최고의 숙련 기술을 보유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자격이다. 올해는 13명이 선정됐는데, 조리 부문에서는 남 총주방장이 유일하다.

남대현 롯데 시그니엘 서울 총주방장. /이선목 기자
남 총주방장은 34년간 롯데호텔에 몸담으며 요리사 인생을 걸어왔다. 1986년 중구 소동공 롯데호텔 서울 조리팀에 입사해 국내 호텔의 호황기를 거치며 주방 조리직과 다양한 업장의 관리직을 두루 경험했다. 다수의 청와대 국빈 초청 행사, G20 정상회담, 평창동계올림픽 등 굵직한 행사를 도맡으며 한식 세계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18년 4월 롯데 시그니엘 서울의 주방 살림을 모두 책임지는 총주방장이 됐다. 남 총주방장은 "30년 넘게 일한 롯데호텔에서 조금 더 일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롯데호텔을 ‘누구나 일하고 싶은 호텔’을 만들어가고 있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 어머니 밥집 운영 도우며 요리에 관심… 롯데호텔 주방서 34년

남 총주방장이 요리사의 길로 들어선 건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그는 "어릴 적 어머니가 작은 밥집을 하셔서 주방일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요리에 관심이 생겼고, 6·25 때 해군 중사셨던 아버지께서 미 해군 선박에서 해외 주방 문화의 경험을 토대로 ‘요리’를 직업으로 삼는 걸 적극 추천하셨다"고 했다.

1985년 군대 제대 후 그는 당시 국가 주도로 호텔 관련 인재들을 양성하던 ‘경주 호텔학교’의 조리과 9기로 입학했다. 국비로 진행된 만큼 강도 높은 스파르타식으로 교육을 받았다. 힘든 생활을 버티지 못해 중간에 쫓겨나거나 자진 포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는 1년 간의 수련을 마친 후 롯데호텔 조리팀에 입사했다. 국내 호텔업계가 한창 호황기를 맞을 때였다. 남 총주방장은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 행사를 유치하고 다른 국가와의 교류도 많아지면서 관광붐이 일어 호텔 객실은 물론, 식당 영업도 매우 잘 됐다"고 회고했다.

남대현 롯데 시그니엘 서울 총주방장이 10일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선목 기자
20여년 간 주방에서 조리 경력을 쌓은 남 총주방장은 이후 다양한 업장을 관리했다. 특히 연회장 책임자를 맡으면서 청와대 국빈 행사, G20 정상회담, 평창 동계올림픽 행사 등 굵직한 행사들을 전담했다. 이를 통해 양식, 한식, 중식, 일식 등 모든 부문을 아우르는 눈과 혀를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국빈 행사의 경우 메뉴 구성부터 맛을 평가하는 모든 준비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본 행사를 치르는 동안에도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때가 있다"며 "가령 참석자의 연설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경우 준비한 음식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재빨리 대처해야 했고, 국빈 행사의 경우 대부분 한식을 주 메뉴로 내놓는데 식문화가 매우 다른 아랍권 국빈을 맞을 때는 메뉴 개발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고 했다.

남 총주방장은 호텔 업무 이외에도 한식의 세계화와 친환경 식량자원 개발 등 다양한 방면에 도전해왔다. 그는 2016년 한식진흥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모스크바 롯데호텔에서 현지인들에게 한식 조리법과 메뉴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또 ‘식용 곤충’ 개발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 현재 농촌진흥청 곤충산업 현장명예연구관으로서 주기적으로 관련 회의 등에 참석하고 있다.

◇ 롯데 시그니엘 서울 총주방장으로… "한식 세계화·후학 양성 힘쓸 것"

남 총주방장은 2015년 조리기능장에 오른 데 이어, 2018년 롯데 시그니엘 서울의 모든 식당을 책임지는 총주방장이 됐다. 2019년에는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그는 총주방장이 된 후 조직의 수평화와 소통에 주력했다. 또 호텔 메뉴와 조리 직무에 대한 표준작업 지침서를 발간해 직무 교육의 체계성을 높이는 데 매진했다. 그는 "총주방장은 주방의 인력부터 위생, 메뉴, 기물 등 모든 부문의 책임을 져야 하는 직책"이라며 "우리 호텔을 누구나 ‘일하고 싶은 호텔’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직원들이 더 편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걸 우선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남대현 총주방장이 요리한 음식들. /롯데호텔 제공
이어 "요리사의 기본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인데, 맛을 구현하는 것은 얼마나 경험치가 쌓였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자신의 경험을 나눠줄 수 있는 중간 관리자와 젊은 직원들간에 자유롭고 편안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이런 노력으로 롯데 시그니엘 서울의 프렌치 레스토랑 ‘스테이’는 미쉐린 1스타 식당에 2019년부터 2년 연속 선정됐다. 그는 "최근에는 우리 호텔이 업계 사람들이 오고 싶어하는 직장이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호텔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남 총주방장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객실이 텅 비었고, 식당들은 영업 제한을 받고 있다. 그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어려움이 길어지고 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함께 고통 분담을 하면서 위기를 버텨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위생과 방역을 1순위로 두면서도 음식과 서비스의 품격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남 총주방장은 앞으로 후학 양성과 한식의 세계화에 힘쓸 계획이다. 또 청소년 진로지도 등 재능 기부와 봉사활동을 통한 소외계층 지원에도 더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다.

남 총주방장은 "능력이 된다면 70살까지도 요리사로 남고 싶다"며 "요리사가 즐거워야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 않겠나. 후배들이 그렇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한식을 단순히 해외에 알리는 것을 넘어 우리 고유의 식재료 수출까지 증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정한 한식의 세계화라고 생각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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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1, 2020 at 02: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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