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주문 물량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25억여개로 가장 많아
지난 3일 정부의 백신 계약 체결 소식을 알린 기사에는 "영국도 화이자를 선택했는데 우리는 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구매했느냐",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에서 생산해서 믿을 수 없다"와 같이 정부 결정을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이 적지 않게 붙었다.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다른 나라는 모두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차지하는데 우리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구매했다"는 등 이번 백신 계약 체결에 불만을 제기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사실과 거리가 멀다.
코로나19 백신 관련 기사 내용 중 일부를 과장하거나 오해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대신 화이자 선택?…사실과 달라
우선 영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쓰지 않고, 화이자 백신을 선택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안 쓰기는 커녕, 사전 확보 백신 중 가장 많은 물량을 이 회사 제품으로 채웠다.
영국 정부는 백신 태스크포스를 통해 지난달 27일 기준 7개 제약사 코로나 백신 3억5천500만 개(3억5천500만회 접종분)를 사전 확보(구매계약 체결)했는데, 이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1억 개로 가장 많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사노피, 노바백스, 발네바가 개발 중인 백신이 각각 6천만 개로 2위 그룹을 형성했고, 화이자 백신은 4천만 개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얀센 백신이 3천만 개이고, 모더나 백신은 500만 개로 영국의 사전 확보 물량 중에서는 그 비중이 가장 낮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사망자가 유럽 내 최다인 6만 명을 넘어선 영국은 여러 제약사로부터 백신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활용에 가장 큰 무게를 두고 있는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회사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했고, 영국 정부는 이들의 백신 개발에 8천810만 파운드(한화 1천292억여 원)를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대신 화이자를 택했다는 근거없는 주장이 나온 것은 영국 정부가 화이자 백신을 먼저 승인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20일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에 화이자 백신 승인을 위한 적합성 평가를 공식 요청했으며,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지난달 2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평가도 공식 요청했다.
결국 한 발 앞서 절차를 거친 화이자 백신이 1착으로 영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영국 정부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를 한창 진행 중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우선순위에 두고 선주문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미국 듀크대 국제보건혁신센터(GHIC)가 집계한 국가별 코로나 백신 선주문(Pre-orders) 통계를 보면 지난달 30일 기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선주문량이 25억260만 개로 가장 많았다.
노바백스와 GSK-사노피가 각각 13억1천600만 개, 7억3천200만 개로 뒤를 이었고, 그다음이 화이자(6억4천590만 개), 모더나(3억7천750만 개)였다.
소위 선진 부국(富國)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비싼 화이자, 모더나 백신을 우선 구매한 것도 아니다.
미국이 선주문한 백신을 보면 아스트라제네카가 5억 개로 가장 많았고, 노바백스가 1억1천만 개로 두 번째였다.
미국이 모더나와 화이자로부터 미리 확보한 백신은 각각 1억 개인데 이는 GSK-사노피, 얀센에 각각 선주문한 물량과 같다.
유럽연합(EU)의 경우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선주문 물량이 4억 개로 가장 많았고, 화이자와 GSK-사노피 백신이 각각 3억 개로 그다음이었다.
모더나는 1억6천만 개로 큐어백(2억2천500만 개)이나 얀센(2억 개)보다 적었다.
일본은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에 각각 1억2천만 개를 선주문했고, 모더나로부터는 5천만 개를 확보했다.
미국, EU, 일본의 백신 조달 특징은 복수의 회사와 계약함으로써 특정 회사 '다걸기(올인)'에 따를 리스크를 피한 것인데, 계약 상황을 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EU·일본의 백신 확보 목록에서 각각 선두 또는 공동 1위에 올라 있는 것이다.
한국이 참여한 백신 공동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는 아스트라제네카에 3억 개, GSK-사노피와 코백스(COVAXX·유나이티드 바이오메디컬의 분사 기업)에 각각 2억 개를 선주문했다.
◇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중국산?…한국·미국·브라질·인도 등서도 생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중국산이라는 주장은 일부만 사실이다.
이러한 주장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 8월 중국 제약사 선전 캉타이 바이오로지컬 프로덕츠(康泰生物)와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선전 캉타이는 "이 계약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 AZD1222를 연간 최소 1억 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와 생산 계약을 맺은 것은 중국 업체들만이 아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 영국, 브라질, 인도,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여러 국가 제약사와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한국 제약사도 포함됐다.
지난 7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생산 계약을 맺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경북 안동의 백신 공장에서 AZD1222를 생산 중이다.
따라서 국내에 공급되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자사만의 생산 능력으로 전 세계에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탁 생산 계약을 맺는 것인데 상대 회사 기술력을 보고 우선 접촉한다"며 "어떤 국가에서 생산하든 (백신) 품질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도 "제조사에 따라 품질 차이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위탁 생산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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